단조로운 일상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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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 이렇게 얼마 간의 단조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.

물론 주말 동안 2월 한 달 잠시 집에 있을 수 있는 남편으로 인해

조금은 덜 단조로운 일상도 있었지만.

그래도 전체적으로 난 하루 하루 적당히만 바쁜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.


2월 2일

남편은 첫 인터뷰를 보러 새벽 일찍 출발.

아들 학교에서 데려오며

간만에 날도 좋고

이 것은 피츠버그의 날씨가 아니라며

즐기면서 아들과 셀피

그러데 찍고 보니 내 얼굴은 그늘이 졌네..

나이 탓인가. 아님 그냥 햇빛 탓인가. 씁쓸.

그 와 중에 울 아들은 차에서 잠들어 주시고

집에 들어와 저녁은 조촐하게

불고기 남은 것과 메추리 장조림, 김, 김치! 로 먹으려 했으나

아들의 영양상태를 위해

아들께서 좋아하시는 미역국을 친히 끓여...

대접해 드리고 ^^;;;;

하루 마무리.


2월 3일

이 날은 유빈이 학교 델따 주고

학교 친구 엄마들끼리

(친구라 하기엔 같은 반은 없지만, 비슷한 또래끼리.

게다가 다 교회 엄마들끼리 ㅋㅋㅋㅋ)

우아하게 아이들 없는 티를 팍팍 내자며

브런치를 먹으러 6명의 엄마들이 출동!

ACE hotel(에이씨이호텔) 일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입성.

피츠버그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

외관은 잘 몰겠지만,

들어가보니 놀라웠던 이 곳.

난 처음 본 메뉴 중.

숭어가 들어간 샐러드 메뉴를 시키고,

"Trout Nicoise"

정말 맛있게 다 먹은 후,

디저트도 시켜서 먹고

(물론 내가 다 먹은 건 아니고, 여자 6명이 디저트 메뉴 2개 정도 나눠먹은 정도? ㅎㅎ)

행복하게 배 두드리며 나와서

각자 아이들 찾고 헤어졌다.

남편은 인터뷰 한 참 보고 있을 때에

아내 혼자 즐겨서 미안 ^^ ㅎㅎㅎ


2월 4일

오늘은 아빠가 오는 날 이야.

그리고 윤서 생일이기도 하고.

학교 다녀온 아들 델꼬 움직이던 중

신난 울 아들 노래 한 자락 불러주시고.

오후엔 타겟에 들러

윤서 생일 선물 살 때 봤던 아이템들 구입하려

쇼핑 중 이었으나..

아들은 또 정신을 잃고 카트에서 쓰러져 주무시고.

이 모습 귀여워 사진 찍는 어미의 맘 이란 ㅎ


2월 6일

인터뷰 다녀 오느라 3일 정도 집을 비웠던 남편이

우리를 델꼬 코스트코 시장도 볼겸 나가자고 해서

콧바람 좀 쐬러 따라 나와

점심 먹으러 우리 가족의 패이보릿 중 한 곳인

Chick-fil-a(칙필라) 에 들어가

맛난 음식들 시켜 먹고

오랫만에 함께 해 행복한 부자

코스트코 시장도 잘 보고 집에 들어와서

유빈이 혼자 책 읽기 시간.

요즘 책 좀 혼자 읽더라 너~ ㅎㅎ

책 내용 중 길~다 가 나왔는지..

어라?

혼자 책을 잘 읽네.

열심히 읽어 준 보람을 느끼게 하는 아들의 모습

내가 읽어준 내용을 기억해서 한글은 모르지만

혼자 구연동화 시작.

큰 소리로 읽지 않아 잘 안 들릴 수도 있지만

신기해서 얼른 폰 들어 영상 찍어 주심.

단조로운 일상들 중 잠깐 콧바람 쐴 수 있었던 하루 고마워 ^^


2월 8일

오전엔 유리드믹스 수업.

낮잠 자고 일어난 울 아들 좀 놀아주자.

간만에 잘 놀아주는 엄마 노릇 하고자

가위 들고 책 들고 쓱싹쓱싹

손가락 인형 놀이 하자 유빈아

5명이 한 가족이야. 아빠 엄마 형아 누나 아가....

이렇게 말하며 유빈이 손가락에 끼어주니.

울 아들... 아니라며 2명을 빼 버리고

아빠, 엄마, 유니니(자기를 유니니라 부름 ㅋ) 이렇게 세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심.

알았다 알았어 아들아 우리 가족은 세명 맞아 ㅎㅎ

아이고 엄마 힘들다 이젠 영상 보자. ㅋ


2월 10일

남편은 2번째 인터뷰를 위해 새벽에 출발.

유빈이 학교 가기 전

새롭게 배운 노래라며 불러주심.

오오 영어를 이렇게 그냥 훅 배울 수 있다니

엄마는 니가 참 부럽다 ㅋㅋ

유빈이 학교 보내고

조장 모임 하고.

돌아오는 길에 잠시 쇼핑.

이건 모... 참내..

남편에게도 안 챙긴지 언 몇 년 다 되가는..

나의 연애세포가 퐉퐉 죽어버려(내 안의 연애세포는 드라마 볼 때만 발동 하는 듯 ㅋ)

이런 건 내가 하는게 아니라며

별 관심 없었던 발렌타인데이를...

아들 땜에. 그것도 2살밖에 안 된 요 조그만 아들과 그의 친구들 땜에...

준비를 해야 한다니.

그래 이왕 하는 거 잘 챙겨서 보내자며 준비한 나의 발렌타인 초콜렛.

6명의 아이들 것과 4명의 선생님들 것.

해 놓고 보니 뿌듯. 내 스스로 대견.

그래 올 발렌타인데이는 이렇게 지나가자. 훅~~~~

신나게 옆에서 돕던 울 아들

갑자기 혼자 퍼즐 맞추기 놀이 시작하시고.

집에 10피스 이상의 퍼즐 밖에 없어

항상 함께 놀아줘야 했는데.

석윤이에게 받아 온 6피스 짜리 퍼즐은

혼자 앉아서 맞출 수 있다니..

진작 6피스 사줄껄.. 싶기도 하고

아들 많이 컸다 싶어 대견하기도 해서.

그 와중에 인증샷


2월 11일

그래 그래 난 아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했어.

이제 그 결심을 보는거야 를 외치며

아들 학교에 가서 어제의 값진 노력을

정성껏 아이들 박스에 한 개 씩 넣어주고.

또 혼자 뿌듯

유빈이도 학교에서 받은 풍선 들고

순박하고도 순수한 웃음을 지어주고

집에 와서 반 친구들로 부터 받은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검열한 나..

약간의 실망은 없지 않아 있었으나,

그래 내가 정말 정성껏 잘 해 줬구나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

유빈이가 학교에서 만든 작품 사진 찍고

유빈이가 학교에서 찍힌 사진을 유빈이 작품집에 붙여주고

돌아섰는데

울 아들 혼자 내 폰을 가지고 놀더니

두 살 반 생애 첫 셀피를 찍어 놓으셨다.

차마 지울 수 없어 이렇게.... 증거로 남겨둔 엄마.

아들 셀피를 찍을 땐 밑에서 위로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찍어줘야

턱이 갸름해 보인단다 ㅎ

담엔 다시 한 번 더 잘 부탁해~~~ㅋㅋㅋㅋㅋ

흥 많은 우리 아들.

알파벳 모양 젤리를 먹으며

시키지도 않았는데

에이비씨디 노래를..

아 잘 불렀을 때 찍었어야 했는데.

항상 순간을 놓치고 마는 나.

유빈아 엄마도 담에 다시 잘 해 볼께 ^^

이제 우리 저녁 먹으러 가자~~

단조롭지만 유빈이로 인해 하루하루 무언가 소소한 이벤트가 있었던 요 얼마간을 정리하며 ^^

남편 없는 2월 잘 견뎌내보자!!!

Written on February 11, 2016